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2022) 영화 리뷰, '지금 이 순간 모먼트를 사랑하자.'
넷플릭스에서 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는 영화라기보다 하나의 감각적 폭발 같은 경험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멀티버스 설정을 활용한 기발한 SF 코미디겠거니 했는데, 영화를 보는 동안 느낀 것은 훨씬 복합적이었다. 마치 현실과 상상, 철학과 유머, 삶의 무게와 장난기가 동시에 폭발하는 어떤 ‘혼돈의 축제’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혼돈이 이상하게도 마음을 정리해 주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주인공을 연기한 양자경의 존재감은 영화 전체를 붙잡는 중심축처럼 느껴진다. 평범하고 지친 삶을 살아가는 인물에서 시작하지만, 멀티버스를 넘나들며 수많은 가능성의 자신과 조우하는 과정 속에서 인간이라는 존재의 복잡함이 드러난다. 특히 이 영화가 흥미로운 지점은 “만약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이라는 질문을 단순한 판타지 장치로 소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여 결국 현재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연출과 편집의 리듬이다. 장면 전환이 음악과 움직임, 감정선에 맞춰 거의 춤을 추듯 이어진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마치 한 편의 거대한 뮤직비디오 속을 통과하는 느낌이 들었다. 감각적이고 트렌디하면서도 실험적인데, 이상하게 서사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과감한 편집이 영화의 메시지를 더 또렷하게 만든다. 혼란스럽고 미친 듯한 이미지의 폭주 속에서 오히려 삶의 핵심이 보인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오래 남은 생각은 이것이었다. 멀티버스 속의 다른 나는 분명 다른 선택을 하고,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 것이다. 더 성공했을 수도 있고, 더 자유로웠을 수도 있고,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의 나는 분명 그때의 최선의 선택을 했을 것이다. 결국 지금 이 세계에 있는 나는 우연과 선택이 쌓여 만들어진 하나의 우주다. 그래서 이 영화가 말하는 메시지는 의외로 단순하다. 삶을 거대한 가능성의 비교 속에서 바라보기보다, 지금 이 순간의 관계와 감정, 그리고 함께 있는 사람들을 사랑하라는 것.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상하게 마음이 부드러워진다. 크레이지하고 정신없는 상상력의 폭풍 속을 지나왔는데도, 마지막에는 따뜻한 여운이 남는다. 삶이란 결국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의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선택은 ‘지금’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한 SF 코미디가 아니라,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어떤 다정한 철학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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